고3 2025년(2026학년도) 6월 - 평가원 모의평가
인간은 정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정보는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간중심주의와 달리,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은 인간을 정보적 존재의 하나로 간주한다. 인간을 포함한 세계 내 모든 존재는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빵을 사는 행위를 하는 것은, ‘내가 빵을 산다’는 정보이다. 이렇듯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되는 정보적 존재를 플로리디는 ‘인포그’라고 부른다. 인포그는 정보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이다. 상호 연결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정보를 변화시키는 행위자 즉 주체인 동시에 다른 정보에 의해 변화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내가 친구에게 빵이 맛있다고 말해서 친구가 그 빵을 샀다면, 나의 음성 정보는 그 빵이 지닌 속성이라는 정보에 의해 촉발된 대상이자 친구의 행위라는 정보를 발생시킨 주체이다. 플로리디는 인간을 정보적 상호 연결에 의해 구현되는 인포그의 하나로 본다는 점에서, 인간을 별도의 범주로 분류하는 인간중심주의와 대비된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윤리적 견해의 차이로 이어진다. 존재함 즉 ‘있음’을 ‘경험될 수 있다’는 뜻으로 정의하는 경험주의와 달리, 인포그의 ‘있음’은 ‘상호 연결의 주체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정의된다. 그러한 연결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인포그들은, 동일한 권리는 아니지만 각자의 본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있을’ 나름의 권리를 가진다고 플로리디는 주장한다.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만을 도덕 행위자로 인정하는 칸트 윤리학과 생명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생명 중심 윤리학은 도덕적 주체 및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 대상의 범위에서 인공물을 제외하지만, 플로리디는 존재하는 것의 내재적 가치를 ‘있음’에서 찾음으로써 인공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
플로리디는 인포그와 그 상호 연결을 망라하는 공간을 ‘인포스피어’라 칭한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중첩되어 가는 오늘날, 우리의 생활 환경 전체가 인포스피어에 해당한다. 이 공간은 기존의 공간 개념과는 다른 이해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뉴턴이 생각한 공간은 주체나 대상과 관계없는 절대적인 것이었으나, 인포스피어는 대상과 주체가 서로 의존함으로써 존재하는 공간이자 대상이 추상화 층위를 통해서 인식되는 공간이다. 추상화 층위란 주체의 목적이나 관심을 반영함으로써 주체와 대상 사이의 인식적 관계를 매개하는 경로이다. 추상화 층위에서는 그 층위를 선택한 주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속성만 정보로 인식되고 나머지 정보는 생략된다. 예컨대 차량 구매 시, 안전성을 목적으로 추상화 층위를 선택했을 때는 에어백 성능 등의 정보가, 경제성을 목적으로 했을 때는 유지 비용 등의 정보가 인식된다. 이처럼 ㉠추상화 층위를 통해 인식되는 정보는 ‘구성’된 것이다. 여기서 구성이란, 주어진 세계를 주체가 택한 경로에 따라 해석하여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즉, 플로리디에 따르면 인포스피어라는 공간은 주체가 발견한 것도 주체가 만들어 낸 허구도 아니다. 정보 철학은 삶의 터전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한편 인공 지능 등의 비인간 행위자가 인간과 공존하는 현대의 변화를 통찰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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