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2025년(2026학년도) 9월 - 평가원 모의평가
대중 예술인 영화는 대중의 취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장르 영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장르가 유행했다가 침체되는 현상이나, 장르의 전형적인 관습이 형성되고 변형되는 과정에는 대중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를 사회적 생산물로 간주한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영화에는 대중의 취향뿐만 아니라 대중이 공유하고 있는 이념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이념은 영화에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크라카우어에 따르면, 영화는 드러내면서 동시에 숨기는 매체이다. 사회에서 불순하거나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이념은 영화의 이면에 감추어진다. 크라카우어는 영화의 표면에 가시적으로 드러난, 전형적인 모티브나 이미지가 암시하고 비유하는 것을 해석함으로써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이념을 읽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1920년대 독일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밀실, 광인, 독재자 등을 담은 이미지의 이면에서 패전 이후 독일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현실 도피의 퇴행적인 심리와, 왕정복고를 바라는 정치적 이념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크라카우어가 모티브나 이미지에 대한 해석을 통해 사회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프레드릭 제임슨은 영화의 서사를 통해 영화에 반영된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사회는 분산적이고 파편적이기 때문에 그 총체적인 양상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즉 역사가 된 이후에야 파악된다. 그런데 만약 현재를 역사처럼 조망할 수 있다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총체적인 양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슨은 서사를 통한 ‘역사화’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서사는 사건을 회고적인 방식으로, 이미 완료된 과거처럼 서술한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조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역사화’는 미래를 다룬 SF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SF(Science Fiction)는 기존의 검증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허구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사 예술이다.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다고 해서 SF가 다루는 소재나 서사가 모두 과학적으로 사실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SF에서는 과학적 진위가 아니라 개연성, 즉 작품의 주요 설정이나 사건의 인과 관계가 합리적으로 납득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발한 상상력이 촉발하는 경이로움은 SF의 중요한 장르적 특징이다. SF에 등장하는 장대하고 압도적인 대상들은 광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와 유사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SF 연구자 다르코 수빈은 SF에서 당대의 지식, 기술, 경험을 뛰어넘어 경이로움을 안겨 주는 대상을 노붐이라고 이름 붙였다. 라틴어로 ‘새로움’을 의미하는 노붐은 일회적인 놀라움을 유발하는 장치가 아니라,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인 요소이자, 현실 세계와 SF 작품이 묘사하는 허구적 세계 사이의 차이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또한 작품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노붐은 SF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빈은 SF가 현실의 반영이라고 말한다. SF는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을 표현하지만, 그 상상은 작품이 생산된 그 시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F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시․공간적 설정 등은 그 시대의 현실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수빈은 이처럼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과는 다른 SF 속의 세계가 인지적 낯섦을 촉발한다고 말한다. SF 속에 등장하는 대상은 현실에서 일상적이고 친숙했던 대상을 낯설고 새롭게 느끼도록 만든다. 이 ‘낯섦’을 유발하는 것은 ‘다름’이며, 작품을 통해 다름을 인지함으로써, 우리는 현실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인지적 낯섦은 감각적 충격을 통해 이성적 성찰에 도달하는 정서적이고 지적인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수빈은 SF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인간은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 낯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충족해 왔다고 말한다. 특히 수빈은 이상적인 세계인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을 다룬 이야기와 SF 사이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유토피아를 SF의 중요한 소재로 받아들인다. 오늘날 환경 오염, 전쟁 등으로 인해 인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탐색하는 SF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수빈은 주장한다.
ⓑ: 곁에 있어도 그와 두었던 거리는 멀어지기만 했다.
ⓑ: 그는 할 수 없이 산 아래 두었던 본진을 포기했다.
ⓑ: 우리는 올해부터 체력 증진을 목표로 두려고 한다.
ⓑ: 나는 이사를 하면서 큰언니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 그는 결승선을 겨우 6미터 앞에 두고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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